└조은책들

7년의 밤 - 정유정

환기코리아 2016. 11.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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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싶은: 

'28'의 작가이다. 28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저자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데뷔작이자 여태껏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품이다. 

 

- 읽은:

'괴물 같은 소설' 

 

광고 문구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그 문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으슬으슬한 수수밭 가운데 뚫려있는 우물이... 안개 자욱한 음산한 세령호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구령이... 

 

모두가 뒷덜미를 서늘하게 하는 요소들이고, 그 몽환적이고 끈적한 세상에서 헤메이다 현실로 간신히 돌아온 느낌이다. 하루키의 몽환적인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하루키의 몽환적인 느낌이 기묘하고 신비롭다면, 정유정의 몽환적인 느낌은 끈적하고, 뒤가 켕기고, 뜨끈한 핏물을 입에 물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의 작가가 누가 있었나...

 

우연히(?) 살인을 저지르게된 최현수. 현대판 지킬박사라고 부르고 싶다. 혹은 헐크? 

술? 꿈?으로 인해 자신안에 숨겨져 있는 내면의 악마가 뛰쳐나오며 온갖 사건을 만들어 낸다. 그런 남자와 대결을 벌이는 오영제는 최현수에게 딸을 잃은 아빠이다. 하지만, 그는 그 자체가 악마인 사람이다. 오히려 살인을 저지른 최현수보다 더 악랄하게 다가오는 악역이다.

무의식의 악마와 현세의 악마가 펼치는 대결은 7년이라는 긴 시간을 이어간다.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낙인으로 세상에서 밀려나게 된 최서원은 아빠(최현수)와 오영제의 7년에 걸친 대결에 마침표를 찍는 존재이다.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 모호하다. 모두 패자라 해도 얘기가 된다.

 

이 책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문구는 '해피 버스데이' 이다. 하지만, '해피'라는 단어자체가 어색한 소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하는 음울함과 불행의 기운은 '해피'라는 단어 조차도 기묘하게 뒤틀어버린다. 모든게 뒤틀려 버려 초현실적이면서도 우리 내면 깊숙히 숨어있는 무언가를 건드린다. 내안에 나도 모르는 지킬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자꾸 그런 부분을 건든다. 

 

'악마 같은 소설' 이 더 어울리는 문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