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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사후에 자꾸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생전이고 사후이고, 노무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치에는 관심도 없고, 좌우도 없다. 그냥 인간 자체만을 보고 내가 원하는 인간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이 많고, 눈물이 많고, 인간적이고, 이상적인 로맨티스트이다. 그래서 별명이 '바보'이다.
이 시대가 그리워 하는 바보.
그저 약해 보였고, 인간같아 보였다. 그리고, 안타깝고 답답했다.
어쩌면 나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을 슈퍼맨 같은 슈퍼히어로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자꾸 궁금했다. 그가 궁금했고, 그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필요없다. 어차피 정치라는 것이 그런 것이니 찬양하고 이용할 뿐일 터...
그가 직접 쓴 책을 찾았다. 최대한, 직접 쓴 책을 찾았다.
마지막까지 쓴 글이었다. 서거함으로 미완성의, 구성까지만 완성된 책. 준 회고록의 글이었다.
도움이 되었다. 조금이나마 그를 알 수 있었고, 생각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는 나에게 여백을 주었다. 그를 좋아하지만 싫어하고, 싫어하지만 좋아할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을 주었다.
나는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는 내 마음속의 여백이다. 실컷 욕할 수도 있고, 그리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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