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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책들

아홉개의 붓-구한나리

by 환기코리아 2016.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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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싶은: 가끔 머리 식힐 겸 판타지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그 옛날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보니, 더욱 정감이 간다.

 

-읽은:

판타지라는 장르는 매력적인 장르이다. 초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는 찌든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현대인의 욕망을 적절히 채워주기 때문이다. 마법이 난무하고, 비현실적인 싸움 능력을 발휘하는 초인이 나타나서 벌이는 모험이야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묘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아홉개의 붓'은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구한나리라는 신인작가가 쓴 책인데, 고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형 판타지를 표방하여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읽다 보면 적재적소에 보이는 순수 한국말과 지명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대 한국의 세계관을 다룬 비슷한 소설로는 퇴마록의 이우혁이 쓴 '치우천왕기'가 생각이 난다. '치우천왕기'를 읽었던 나로서는 이 책에서 나오는 순 우리말과 지명, 계급 세계가 그리 낯설지 않고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여성이 쓴 소설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섬세한 필체가 돋보이고, 여성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줄거리는 이렇다. 비인,상인,천인으로 나뉘어진 종족(종족이 계급이 되어 버렸다)의 공존을 위해 전설로만 전해오는 '아홉개의 붓'을 찾아 떠난 다는 내용이다. 아홉개의 붓을 모아서 모든 종족이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의 모험담이다. 구성은 퀘스트 구조로 되어 있다. 퀘스트 구조란 하나의 에피소드마다 결말이 존재하고, 에피소드의 결말이 연결되어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흡사, 서유기가 생각 난다. 신인 작가라 그런지 갈등과 위기 구조가 강한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개인적으로는 갈등,위기가 강한 구조는 좋아하지 않아서 무척 편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읽으면 조금은 밋밋할 수는 있겠다. 

 

나는 판타지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 한국형 판타지를 더욱 좋아한다. 그리고, 고대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는 더더욱 좋아한다. 서양의 드래곤이 하늘을 날라다니고, 중국의 장풍이 난무하는 것 보다는 도깨비가 더 정감이 가고 신비롭기 때문이다. '아홉개의 붓'은 도깨비는 나오지 않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공감이 갈 수 있는 도개비 비슷한 존재가 등장한다. 가장 천한 신분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지만 우리에게는 정감이 가고 친근한 존재들이다. 마을에서 마을을 넘어 갈 때마다, 현재의 지명과 매칭 시켜서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나다. 내가 파악한 지명은 서울, 경상도, 인천, 해남인 것 같다. 맞나? (흐음)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하나이다. (시대적 배경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초가집들이 평화롭게 널려있고, 지붕에서는 연기가...

길에는 댕기머리한 꼬마들이 뛰어놀고, 가마솥 밥냄새가 나는 이미지이다. 햇살은 따뜻하다. 아마 밥때인 것 같다. 따뜻한 봄 날씨 마냥 따스한 기온이 느껴진다. 언덕위에는 곱상한 소년과 덩치 큰 소년, 여리한 소녀와 어개넓은 청년이 서서 마을을 내려다 본다. 주인공인 갈, 시겸, 아리, 재찬이다. 

 

그들과 함께 고대 한국으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이지만, 고대 한국은 꼭 미지의 세계 같은 기분이 든다. 되려, 다른 나라의 그것들 보다 더욱 신선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