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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책들

고구려5 - 김진명

by 환기코리아 2016.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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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김진명 작가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픽션과 논픽션을 적절히 버무리면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그리고, 스토리 전개가 빠르기 때문에 한번 책장을 열면 거침없이 읽어나가게 되는 매력이 있다. 

 

고구려는 중국의 삼국지와 같은 고전을 만들고자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서 쓰고 있는 소설이다. 현재 5권까지 나와 있는데, 고구려의 전성기인 미천왕(을불)부터 광개토대왕(담덕)까지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고, 현재는 고국원왕(사유)까지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은 삼국지나 기타 중국 고전 소설의 전개 방식과 비슷하다. 상황 묘사에 치중하지 않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속도감이 빠르게 느껴지기에 지루함이 없다. 거기에 각자의 인물들에게 부여되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선과 악에 대한 구별이 의미없게 만들며, 고구려를 응원한다지만 적대국의 캐릭터에게도 매력을 느낄 수가 있게 한다. 하지만, 삼국지나 손자병법 등 중국 고전에서 나오는 전쟁 상황이나, 전략이 차용되는 듯 해서 삼국지류 소설의 어쩔 수 없는 한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금장수에서 고구려의 왕이 되는 특이한 전력과 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 미천왕(을불)의 일대기부터 미천왕과는 정반대의 성향으로 신하들과 백성들에게 조차 외면받는 독특한 국가관을 가진 고국원왕(사유)의 이야기가 5권에 등장한다. 역사적으로 사유는 고구려에서 불운한 왕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의 재위시절에 주변국가의 전성기가 도래하기에 그는 많은 고초를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북으로는 모용선비의 전성기를 맞이하여 미천왕의 시체를 빼앗기고, 왕비와 태후까지 납치당하는 굴욕을 맞게된다. 모용선비가 쇠퇴하자 남쪽에서는  백제의 전성기가 시작되어 사유를 압박한다. 당시의 백제 왕은 백제의 최전성기를 구가한 그 유명한 근초고왕이다. 결국 그는 근초고왕과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게된다.(고구려 역사에서 전투에서 죽는 유일한 왕이라고 한다) 

 

역사적인 사실은 뒤로하고, 소설 고구려에서의 사유는 진정 백성을 아끼는 왕이다. 전형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백성의 왕으로서 백성을 위해서 왕이 희생하고,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참으로 어질고 훌륭한 왕이지만, 조정 신료와 그의 가족들조차도 그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등을 돌려 누구보다 외로운 왕이 된다. 외로운 사유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진정 이기는 것이 무엇인가? 진정으로 싸움을 끝내는 것이 무엇인가? 백성과 왕의 진정한 관계는 무엇인가? 진정 백성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가? '에 대한 물음을 독자에게 던진다. 결국 사유는 주변 대국의 침략을 버텨내고 고구려를 지켜냈으며 고구려의 최전성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생을 마감한다. 사유의 독특한 국가관은 그의 아들 구부의 농부이야기를 통한 물음을 통해서 계속 되뇌어 진다. 

 

사유의 가치관은 분명 쉽지 않은 것이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고, 너무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의 가치관은 국가의 발전을 위해 분명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백성을 위해 그는 적국에게 서슴없이 모리를 조아리기도 하고, 싸움을 피하기도 했으며, 백기투항도 서슴치 않았다. 모두가 백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숙인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갸우뚱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다읽고 책을 놓을 때는 누구보다 사유의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되고 감동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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