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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책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요나스 요나손

by 공기팩토리 2019.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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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고서, 요나손의 후속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바로 읽어버렸다.


후속작은 필연적으로 전작과 비교를 하게 된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셈을...' 자체로도 꽤나 재밌었지만, 전작 '100세 노인...'에 비해서는 뭔가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


나름 고민을 해봤고, 대략 2가지로 정리가 됐다.



1. 주인공의 캐릭터가 '100세 노인...' 알란의 매력에 미치지 못했다.

-'100세...'의 알란은 세상을 달관한 듯한, 무심함이 매력이었다. '인생사 그냥저냥 흘러가는 대로' 식으로 살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묘하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뭔지 모를 즐거움을 느꼈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알란은 그리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캐릭터다. 한심하게 쳐다보게 되지만 그의 한심한 행동들이 일으키는 사건의 연쇄 반응은 꽤나 신선했다.

-'셈을...'의 놈베코는 일단 천재다. 기본적인 성향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지만, 그녀는 자기의 목표를 갖고, 의지를 갖고 뭔가를 하고자 하는 능동적인 캐릭터다. 알란과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알란을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그의 한심한 행동들로 인해 사건이 묘하게 풀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신선한 재미를 느꼈다면, 놈베코를 보면 몰입이 돼서 화가 나고, 긴장이 되기도 하는 점에서 일반적인 소설의 주인공에 동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즉, 알란에 비해 신선함이 덜했다.


2. 기타 등장하는 배경과 사건이 생소하다.

-'100세...'는 전 세계를 아우르며 만나는 대상이 우리가 흔히 접했던 역사적 인물들이다. (김일성, 김정은, 장개석, 드골, 스탈린, 마오쩌둥, 아인슈타인 등등) 그러다 보니 대체 역사물에서 느끼는 재미까지 가미돼서 흥미진진했다면, '셈을...'의 배경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나라와 사람들로 한정됐다

-'셈을...'은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스웨덴이 배경이다. 우리가 아는 사람은 후진타오 정도?

'100세...'에서 다룬 대상이 역사적으로 꽤나 유명한 인물들이다 보니 지역, 인종을 떠나서 익숙하게 다가왔던 것에 반해, '셈을...'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스웨덴이 배경이었던 점이 흥미를 반감시키지 않았나 싶다. 잘 모르는 배경이다 보니, 대체 역사물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반감이 됐다. 그냥, 일반적인 소설에서 나오는 배경들?(물론, 스웨덴 국민들에겐 다르겠지만...)




그리고, 작가의 시니컬한 블랙 코미디가 조금은 순화된 듯하다. 재미도 있었지만 조금은 아쉽기도 한 작품이었다. 그래도, 뭐 한달음에 읽어버릴 만큼 책 나름의 재미는 훌륭했다. 다음 작품에서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엉뚱발랄황당엽기스러운 재미난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100세 노인의 까댐이 그립다. ㅎㅎ



셈을 할 줄 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