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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책들

윤미네 집-전몽각

by 공기팩토리 2016.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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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네 집은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진집일 것이다. 왜냐하면 윤미네 집은 특별한 사진집이기 때문이다. 

 

사실 윤미네 집은 특별한 사진집이긴 하지만, 가장 평범한 사진집이기도 하다. 단순히 생각하면, 저자인 전몽각 선생이 자신의 딸인 윤미가 태어났을 때부터 시집갈 때까지의 사진을 모아놓은 성장 앨범일 뿐이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진도 아니고, 특별한 소재로 인해 돋보이는 사진도 아니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진들이다. 

 

하지만, 사진계에서는 왜 이 사진집을 특별하게 생각을 할까...

 

그것은 아마도 긴 시간동안 하나의 대상을 일관성 있게 촬영을 했기 때문이고, 아주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고, 역사의 기록이 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대상에 대한 깊은 사랑과 관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느낌의 사진책으로 서영기의 '명료한 오후'라는 사진집이 생각이 난다. '명료한 오후'는 먹고 사느라 시간이 모자란 저자가 점심시간 동안에 촬영한 길거리 사진을 모아둔 사진집이다.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이 모여서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었을 때, 그 '평범한' 순간들은 매우 특별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사진집이다. 

 

윤미네 집은 윤미가 태어날 때부터 결혼할 때까지의 사진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윤미가 커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의 흐름과 한 개인의 역사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에 대해서 느낄 수가 있게 된다. 그 느낌은 참으로 묘하다. 신생아 윤미부터 드레스를 입은 윤미의 모습까지... 한 명의 윤미인데, 그 모습에는 '시간'이라는 한 개인의 역사가 담겨 있고, 그 역사는 윤미의 정체성을 이루게 된다. 또한, 윤미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이 모여서 특별한 순간들로 재인식 되는 것을 느낄 때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그리고, 이 사진집의 근본적인 토대를 이루고 있는 특별함은, 저자인 아빠 전몽각 선생의 딸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의 애정어린 시선이 없었다면 이렇게 특별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진집이 아니었을 것이다. 

 

책을 열고 윤미의 아기 모습을 만난다. 그녀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성장하는 모습을 본다. 그녀의 앞에는 항상 정몽각 선생이 있었을 것이다. 아빠의 사랑으로 바라보는 딸의 모습들이다. 초등학교를 가고,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된다. 대학생이 되고, 졸업을 한다. 그리고, 결혼식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사진집은 끝난다. 윤미의 결혼식 사진을 보고 페이지를 넘겼는데, 백지였다. 전몽각 선생의 오랜 이야기가 부지불식간에 끝난 것이었다. 그때 느꼈던 전율과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그 후로는 아내에 대한 사랑이 담긴 아내의 사진들이 펼쳐진다.)

 

윤미가 결혼을 한 후에 전몽각 선생은 먼 하늘을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미국으로 떠난 윤미를 그리워 하면서 말이다. 

 

윤미네 집은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딸의 정체성을 담아 놓은 특별한 사진집이다. 평범한 일상과 대상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담겨있을 때, 사진은 큰 힘을 가지게 되고, 깊은 감동을 전달하게 된다. 윤미네 집을 보면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사진은, 예술은 대단한 그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이고 평범 이 순간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윤미네 집:윤미 태...